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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이야기(20130617)- 조선닷컴에서 퍼온기사

고산회장(daebup) 2013. 6. 17. 08:56

클릭! 취재 인사이드] 에베레스트러쉬4~7만달러 경비만 내면 셰르파와 함께 등반

 

한필석 월간 산 편집장

 

입력 : 2013.06.17 03:11 | 수정 : 2013.06.17 07:27

 

히말라야 등반객의 77%가 에베레스트 몰려 교통난벌어진다는데  ....

   

매년 봄마다 에베레스트 기슭의 해발 5300m의 쿰부빙하 상단 지역은 진풍경을 이룹니다. 수십개의 축구장 크기에 맞먹는 이 일대는 우기(雨期)가 시작되는 5월말(또는 6월 초순)부터 다음해 3월 중순까지는 황량한 채 버려져 있지만 3월말부터는 수백동()의 텐트들로 산중 부락을 이룹니다.

 

에베레스트와 로체(8516m)를 오르려고 모여든 세계 여러 나라의 등반객들은 물론 이들의 등반을 돕는 셰르파, 취사 담당 쿡과 키친보이 등 수많은 사람들이 등반시즌이 끝날 때까지 50여일 동안 함께 생활합니다.

 

저도 올 봄에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이 캠프촌에 갔는데, 900여동의 텐트와 베이커리, 카페(실제는 술창고) 등이 빼곡하게 차 있더군요. 한밤중에는 굉음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파티장이 열리고 낮에는 식량 보급 또는 손님 대원 혹은 스태프를 실어 나르는 헬리콥터가 수시로 날아다녔습니다. 

 

   

에베레스트러쉬4~7만달러 경비만 내면 셰르파와 함께 등반 가능

 

저는 6년 전인 2007년 봄에도 조선일보와 한국산악회가 공동주최한 실버원정대 취재차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두번 에베레스트를 등반에 나서 정상 도전을 시도했지요. 그러나 두번 모두 정상 정복에 실패했습니다.

 

운동량 부족에 따른 부실한 체력이 첫번째 이유였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컸습니다.

 

돈 만 있으면 가는 산 아니야?” “셰르파가 업어서 올려준다며?” 하는 식으로 에베레스트와 에베레스트 도전자들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지만, 에베레스트는 분명 지구상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동서(東西) 2400km 구간의 히말라야산맥에서도 가장 높고 가장 웅장합니다. 트레킹의 최고 도달점인 칼라파타르(5545m)에서 눈에 들어오는 에베레스트는 위압적입니다. 먼발치에서나마 에베레스트를 보려는 트레커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 역시 세계 최고봉(해발 8848m)이란 상징성 때문일 것입니다.

 

1950년대 6명이던 에베레스트 등정자 수는 60년대 18, 80년대에 180명으로 늘었고, 1990년대에는 330개팀(대원 2972명과 셰르파 1811)이 등반에 나서 총 359(대원 316, 셰르파 43)이 정상에 올랐습니다. 마침 지난달 29일은 인류가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1990년대 10년간에 이뤄진 등정 기록이 단 하루에 세워질 정도로 많은 이들이 에베레스트를 찾고 있습니다. 올해는 네팔쪽과 반대편인 티베트 등로로 오른 사람을 포함하면 60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히말라야 등반객의 77% 정도가 에베레스트로 몰려 세계 최고봉은 때아닌 교통난을 겪고 있지요. 실제로 지난달 19일에는 에베레스트 공략의 마지막 기착지인 캠프4150명이 몰려 등산조와 하산조가 심각한 정체를 빚었다고 합니다.

 

이런 급증세는 1980년대 시작된 상업등반대덕분이 큽니다. 한때 에베레스트는 원정대, 즉 전문 등반가 반열에 포함해야만 등반 자체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상업등반대가 요구하는 약 4~7만달러의 경비를 내면 원정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상업등반대는 대개 손님인 등산자와 셰르파가 11로 운행합니다. 이들은 셰르파들이 공동으로 개척해놓은 길을 따라 등반합니다. 크레바스에 설치된 사다리와 로프 같은 안전시설물을 잘 이용하면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입니다.

 

해발 8000m 고지에서 셰르파와 단 둘이 있는데, 산소통이 바닥난다면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상까지 등반객의 두 다리로 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셰르파가 안전을 챙겨주기는 하지만 업어올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전문 상업등반대들은 고소(高所)적응 과정에서 가이드가 제시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도중에 탈락시킵니다. 예컨대 해발 7100~7400m 사이에 구축되는 캠프3를 세 번의 과정을 겪으면서 올라서야하는데 그럴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철수시킵니다. 이 경우 경비를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상업등반대 참가자들 가운데 돈 많은 부자는 극소수입니다. 대개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세우면 5~10년 계획을 잡고 돈도 모으고 체력과 경험도 키웁니다. 재주 좋은 이들은 후원자나 후원업체를 통해 경비를 마련하죠.

 

루트는 대부분 남동릉 노멀루트로 택합니다. 등반객들은 빙탑과 크레바스가 뒤섞인 아이스폴(5350~6050m)을 올라서고 완경사 빙하를 거슬러 캠프2까지 오르고 이후 역시 완경사 빙하를 거쳐 로체 서벽에 구축된 캠프3에 올라선 직후부터 산소통의 산소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로체 서벽을 거슬러 마지막 기착지인 캠프4가 있는 사우스콜까지 오르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해발 6800m부터는 매우 가파른 설()사면이거든요.

 

도착 당일 저녁 사우스콜을 출발해 정상을 오가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힘듭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등반을 해낸 사람은 8시간 정도에 정상에 올라서지만 16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설사 정상에 오르더라도 탈진 상태이기 때문에 하산(下山)이 큰 문제입니다. 사우스콜을 출발할 때 손님 등반객은 3kg의 압축산소가 담겨 있는 약 4kg 무게의 산소통 3개를, 셰르파는 2개를 배당받습니다. 손님은 내내 한 통만 배낭에 넣고 호스로 연결된 산소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마시면서 등반합니다.

 

반면 셰르파는 자신의 몫에 손님 몫까지 짊어지고 오르다가 손님의 산소통 안의 산소가 바닥난다 싶으면 바꿔 끼워줘야 합니다. 산소통 4개면 16kg 무게입니다. 여기에 자신이 마실 물과 손님의 예비 물통까지 넣으면 출발할 때 20kg 가까이 나갑니다.

 

셰르파들은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도 손님 보다 훨씬 적은 산소를 마시면서도 잘 올라갑니다. 그래도 예정된 시간(대개 왕복 24시간)을 넘어서면 셰르파의 산소가 바닥나는데, 이때 셰르파들도 죽음을 느끼게 됩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대부분의 셰르파들은 손님을 그 자리에 놔두고 하산합니다. 예의상 안전하게 내려오라는 얘기야 하지만. 이런 경우를 두고 손님을 버렸다고 말합니다. 등반가들은 해발 8000m가 넘는 고도에서 일어난 일을 평지 사람들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죽음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내려진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11’ 셰르파와 동행하는 상업등반대가 단일 원정대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가장 위험한 캠프4~정상 구간에서 무슨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죠.8800m 구간 힐러리 스텝에 사다리 놓으면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 급증할까?

 

이런 이유로 정상에서 1~2시간 거리의 마지막 난코스이자 상습 병목 구간인 힐러리 스텝에 사다리를 설치하는 문제가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1953529일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에 성공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이름을 딴 힐러리스텝은 해발 8800m 안팎 높이에 위치한 약 15m 길이의 짤막한 바위 절벽 구간인데, 양쪽이 수천m 벼랑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구간은 교행(交行)이 불가능해 누가 내려오면 아무도 오를 수 없고, 누가 올라가면 역시 그 누구도 내려설 수 없어서 병목 정체가 벌어지는 것이지요.

 

올 봄 힐러리스텝을 통과해 정상에 오른 석상명씨는 무려 한 시간 반을 힐러리 스텝 아래서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에서 산소통 안의 산소는 점점 떨어지고 그 결과 등반가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합니다.

 

1996년 그런 상황에서 악천후가 닥쳐와 네팔쪽 남동릉 루트와 티베트쪽 북릉~북동릉 루트에서 17명의 산악인과 셰르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로 네팔과 티베트 쪽에서 모두 11명이 사고를 당했지요.

   

에베레스트 등반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 사람때문에 산을 오르지 못하고 위험한 설산(雪山)에 오랜 시간 방치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안전하고 신속한 하산 통로가 필요하다는 사다리 설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힐러리스텝에 사다리를 놓는 것을 극력 반대하는 알피니스트들이 더 많습니다. 인공시설물로 높이와 난이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고 세계 최고봉의 순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지요.

 

여하간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세계 최고봉 도전을 위한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 봄에는 인도의 남녀 청소년 6명이 정상에 올랐고 지난달 20일에는 네팔계 캐나다인 수다샨 가우텀(32)이 두 팔이 없는 사람 최초로 의수(義手) 없이, 다음날에는 한쪽 다리가 없는 인도 여성 아루니마 신하(26)가 여성 최초로 의족(義足)으로 각각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들이 평범한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에베레스트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정상 등극에 성공한 이들은 예외없이 수년 동안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왔고 원정에 앞서 해발 6000m급 고봉(高峰)을 오르면서 고산에 대한 경험과 고소 적응 과정을 충분히 거쳤습니다.

 

더욱이 지금도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100명 중 4명은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까지 총 3142명이 에베레스트에 올랐지만 219명은 등정 도중 사망했습니다.

 

이제 에베레스트 등정은 전문 산악인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만, 확실하게 준비한 사람만 정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당신일 수 있습니다.